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으면 많은 경우 안압을 낮추기 위한 안약 치료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는 이런 질문도 종종 나옵니다.

“매일 안약을 넣는 게 부담스러운데, 레이저 치료를 먼저 받을 수도 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녹내장의 첫 치료가 반드시 안약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의 녹내장 종류와 진행 정도, 안압, 생활습관 등에 따라 SLT 레이저 치료 역시 첫 치료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SLT는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Selective Laser Trabeculoplasty)을 말합니다. 우리 눈 안에서는 ‘방수’라는 물이 계속 만들어지고 빠져나갑니다. 이때 방수가 빠져나가는 배수구 역할을 하는 조직이 바로 섬유주입니다. 녹내장에서는 이 배수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안압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SLT는 섬유주에 약한 레이저를 조사해 방수가 보다 원활하게 빠져나가도록 배수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입니다.

조직을 태우거나 구멍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목표한 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경우에 따라 추후 다시 치료할 수도 있습니다.
📌 핵심
SLT는 녹내장 약이 모두 실패한 뒤에만 시행하는 치료가 아닙니다. 현재는 안약과 함께 초기 치료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치료 방법입니다.
✔ 왜 지금까지는 안약부터 시작했을까요?
안약 치료는 지금도 매우 중요한 녹내장 치료입니다.
처방 후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효과가 오랫동안 검증됐으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녹내장 진료에서도 안약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안약이 잘못된 치료’라는 의미가 아니라, 안약만이 유일한 시작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연구가 LiGHT 연구입니다.

2019년 발표된 이 연구에서는 새롭게 녹내장 또는 고안압증을 진단받은 718명을 무작위로 나눠 한 그룹은 안약으로, 다른 그룹은 SLT 레이저로 먼저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추적한 결과,
✔ SLT를 먼저 받은 환자의 약 74%가 안약 없이 목표 안압을 유지했습니다.
✔ 녹내장 수술이 필요했던 환자는 SLT 그룹에서는 0명, 안약 그룹에서는 11명이었습니다.
✔ 목표 안압에 도달한 비율은 SLT 그룹 93%, 안약 그룹 91.3%로 나타났습니다.
삶의 질에서는 두 그룹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SLT를 먼저 시행하는 치료 전략이 안약을 먼저 사용하는 것에 비해 뒤지지 않았으며, 일부 측면에서는 장점도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 6년 후에도 효과가 이어졌을까요?
LiGHT 연구는 이후 추적 관찰 기간을 6년까지 연장했습니다.

6년 시점에서도 SLT를 먼저 시행한 그룹의 약 70%가 추가 약물이나 수술 없이 목표 안압을 유지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침습적인 녹내장 수술이나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더 적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녹내장 치료지침에서도 SLT의 위치가 달라졌습니다. 유럽녹내장학회(EGS)는 SLT를 안약과 함께 1차 치료로 제시하고 있으며, 미국안과학회 역시 초기 치료 선택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보건의료지침에서도 SLT를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발표된 EGS 6판에서도 SLT는 비용 대비 효과적인 1차 치료로 다시 확인됐습니다. 즉, ‘레이저는 약이 실패한 다음에 하는 치료’라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분들은 SLT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 매일 안약을 넣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
✔ 안약을 자주 잊어 꾸준한 사용이 어려운 경우
✔ 충혈·따가움·알레르기·안구건조 등 안약 부작용이 있는 경우
✔ 여러 종류의 안약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 다른 질환이나 생활상의 이유로 특정 안약 사용이 어려운 경우
SLT는 매일 환자가 직접 안약을 넣어야 하는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의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SLT가 좋은 치료라고 해서 모든 녹내장 환자에게 첫 치료로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녹내장이 많이 진행돼 매우 낮은 목표 안압이 필요한 경우에는 SLT만으로 충분한 안압 하강을 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약을 여러 개를 쓰거나 수술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 SLT는 주로 원발 개방각 녹내장이나 가성낙설 녹내장 등에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반면 폐쇄각 유형이나 염증이 동반된 녹내장, 신생혈관 녹내장 등 특정 녹내장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며 다른 치료가 우선될 수 있습니다.
시야나 시신경 손상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에도 약물치료를 병행하거나 수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수 있습니다.
녹내장의 첫 치료는 한 가지 방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녹내장의 종류와 진행 정도, 현재 안압, 필요한 목표 안압, 생활습관, 꾸준히 약을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같은 녹내장이라도 환자에 따라 치료의 출발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녹내장이니까 무조건 안약부터” 또는 “레이저가 더 편하니까 무조건 SLT부터”라고 판단하기보다는, 현재 눈 상태를 정확히 확인한 뒤 담당 안과 전문의와 적절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상으로 더 자세히 확인하세요
이번 글은 유튜브 〈녹내장TV〉에서 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이 설명한 ‘매일 안약 넣기 힘드신가요? 녹내장, 레이저가 첫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영상 내용을 바탕으로, 독자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한 콘텐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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