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학부모님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 근시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난 초등학교 2학년 아이 이야기입니다. 처음 안경을 맞췄을 때는 정말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자 안경을 자꾸 벗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귀찮아서 그러는 줄 알고 여러 번 혼내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아이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안경을 써도 칠판이 흐릿하게 보여요.”
아이가 보내고 있던 작은 신호였던 것입니다. 성장기 아이들의 눈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할 수 있습니다. 근시는 유전적인 영향도 있지만, 생활습관도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근시인 경우에는 아이도 근시가 생길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고, 가까운 거리에서 스마트폰이나 책을 오래 보는 습관도 근시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은 시력이나 안경 도수만 확인하십니다. 하지만 근시를 관리할 때는 ‘안축장’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축장은 쉽게 말해 눈의 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눈 앞에서 뒤까지의 길이를 말해요.)
아이들의 키가 자라듯 눈도 성장하는데, 안축장이 또래 평균보다 빠르게 길어질수록 근시도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안축장이 길어질수록 근시가 고도근시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눈을 이루는 조직이 점차 늘어나면서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 길어진 안축장을 되돌리기보다는 현재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근시 관리에서 중요한 이유입니다.
안축장은 전용 장비를 이용해 검사할 수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MYAH 장비를 활용해 안축장을 측정하고 있으며, 아이의 안구 성장을 또래 평균과 비교해 변화 양상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검사도 비접촉 방식으로 진행되어 아이들이 비교적 편안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성장기에는 안축장이 길어지는 변화를 아이나 보호자가 직접 느끼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안축장이 과도하게 길어지면 성인이 된 이후 망막질환이나 녹내장 등 여러 안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성장기부터 정기적으로 변화 양상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는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요? 제가 가장 많이 권해드리는 것은 하루 2시간 정도의 야외 활동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야외에서 밝은 자연광에 충분히 노출되는 것은 아이에게 근시가 새롭게 발생할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확한 원리가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밝은 빛이 망막의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안구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주요 기전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미 진행 중인 근시는 야외 활동만으로 충분히 조절하기 어려우므로 정기적인 검사와 필요한 근시 억제 치료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또 책이나 스마트폰은 30cm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30~40분 정도 사용했다면 5분 이상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쉬어주는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불편함을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경을 자주 벗거나, 눈을 찡그리거나, TV나 책에 가까이 다가가는 행동도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시력과 안축장의 변화를 확인하면 아이의 눈 성장을 보다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 아이의 근시를 관리하는 가장 좋은 시작은 특별한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현재 눈 상태를 정확히 알고 꾸준히 관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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